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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 사 이 / Between > 

 문득 “현실이 너무 조밀하고 무겁고 두껍다.” 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. 
 
2012년 숨가쁜 한국 생활을 뒤로 하고 떠난 베를린의 도시에서 저는 벙어리와 다름 없었죠. 언어를 이해할 수 없었고, 세상은 메아리처럼 제 곁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습니다. 이 때가 되어서야 저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습니다. 어쩌면 처음으로 느낀 오롯이 혼자라는 감각을 경험했던 순간이었습니다. 밖에서 움직이고, 바라보고, 관계를 맺으며 외부의 네트워크에 영향을 받던 모든 행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. 바깥의 언어가 닿지 않는 침묵 속에서 왜인지 그때서야 제 안에서의 결핍과 메워지지 않은 구멍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에 서서히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. 나를 옆으로 끝없이 펼쳐 보이면 군데 군데 틈을 찢고 나가 있는 것, 그 틈새에서 자라는 사소하고 연약한 것, 마모되고 갈라진 그 사이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더라고요. 돌이켜 보면 저는 계속해서 어딘가에 지탱되고자 하는 마음은 좌초되고 유령처럼 경계선을 넘나드는 존재처럼 떠다니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.

 “ 내가 피할 수 없는, 어찌 할 수 없는 주어진 것들은 내버려 두자, 나의 세계에 의해 버무려지고 조형되는 느슨한 상상의 세계를 찾자. “라고 다짐했던 것 같습니다. 개인적인 욕망의 서사를 그리고 싶었습니다.

경계 사이에서 살아가고 존재하는 것, 가라앉는 것과 떠오르는 것.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로질러 움직이며 흐르는 것은 무엇 일까요. 눈에 보이는 세상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의 가느다란 경계를 잇는 선을 말입니다. 우리가 살아가는 유한한 현실 속 에서 무한한 세계와 무한한 존재조차 결국은 유한 할 수 밖에 없음에도 말입니다. 감히 상상할 수 없고, 현실 세계에 없고, 영원히 가질 수 없는, 그렇기에 더욱 다채롭고, 기이하고, 어딘지 맥이 풀리는 듯한 그런 세계를 그려 보자 라고요.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

  (작가 노트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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