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Sojin Park Drawings, Berlin 2017-2018
 
저작자 : 박소진

발행처: 유여 북스 출판사

발행 부스 : 초판 50부 한정판 ( Limited edition 50)

ISBM : 979-11-998557-0-0

 나는 스무 살 전까진 인터넷과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 살았다.

 그 시절에는 CD나 비디오테이프, 잡지를 사 모으고 라디오에 흐르는 음악을 녹음하며 시간을 보냈다. 그때 내가 가진 것은 세 벽과 커튼 하나로 가려진 내 방뿐이었는데. 나의 과거는 그런 것들로 가득했다.

 천장까지 좋아하던 영화배우나 가수의 사진들로 도배해 놓은 그 공간은 내 작은 동굴 같았고, 그곳만은 온통 나의 세상이었다. 모아 놓은 영화나 패션 잡지 속 이미지들은 나를 마구 흔들었다. 나는 그것들을 소유하고 싶있다.마구 찢어 버리고, 뚫고, 오리고 하면서 그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'감정이었다. 색깔, 무게, 질감이 거대한 크기로 나를 지배했다. 그 이미지들은 지금까지도 완강하게 살아 남아 있다. 그 시절 내가 보고 듣던 세계는 곧 물질로 이어졌고, 나에게 전해지는 이야기였다.그래서 그림을 좋아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.내가 살았던 집. 부모와 형제, 동네와 학교, 친구들을 떠올리면, 나는 잔인함과 행복이 뒤섞인 혼합체였던 것 같다.
 
나는 언제나 잡종에 끌렸다. (아버지는 텔레비전을 보며 욕의 수단으 로 '잡종'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) 돌이켜 보면 잡종은 내 성격, 육체, 환경과 맞물러 일종의 뒤틀린 기질로 자리 잡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. 그것은 내게 한계처럼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.그런 내게 그림은 그 모든 제약을 벗어나게 하는 자유였다. 그 시절 나를 방해하는 것들로부터 해방시키는 동시에, 만지고 싶고 갖고 싶은 세계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었다.
 
 그림은 내게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끊임없는 충동이자, 살아남은 이미지들의 또 다른 얼굴이다.이제는 그림이 꿈이 되고 일이 됐다. 내가 계속 마주쳐 온 그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장면과 사건들이 어떻게 내게 공명하게 되었는지, 커튼 친 방에서 꿈꿔온 파편들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했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.         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- 글   박소진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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